외로움은 생산력의 원동

내가 쓴 글 중에서, 가장 영향력있고 가장 널리 알려진 글은 다름아닌 "C Programming FAQs"란 번역이다. 이 글은 Steve Summit 씨가 뉴스 그룹 comp.lang.c의 질문/답변을 정리한 FAQ 에서 시작해서, Addison Wesley에서 "C Programming FAQs"란 이름으로 1995년에 출판되었다. 자세한 것은 한국어 C FAQ 페이지에서 참고하길.

사실 내가 Steve Summit씨에게 e-mail을 보내고 번역/정리를 시작한 것은 1996, 1997년도였다 (자세히 생각이 안남). 메일을 주고 받으면서, 실제 읽어볼만한 수준으로 만든 것은 2001년 겨울 쯤으로 기억한다. 사실 그만큼 오래 작업을 했다기 보다는, 그 사이 군대도 다녀오고, 번역도 맘 내키면 하고, 아니면 말고.. 이런 생각으로 지지부진하다가 2001년 겨울, 정확히 말해서 크리스마스 며칠 전부터 설까지 약 60-70%를 번역한 것으로 기억한다.

왜 갑자기 번역에 박차가 붇었냐고? 외로웠으니까. -_-; 남들은 데이트다 뭐다 해서 다 연휴를 즐기고 있었는데, 난 할 일이 없었다. 그렇다고 가만있으면 더 심심하고 외롭고 해서, 밀렸던 번역을 하게 된 것이지. 적어도 번역하는 동안에는 다른 생각이 들지 않았거든.

아직도 생각이 난다. 12월 31일, 자정 근처에 드디어 읽어볼 만한 수준으로 만들어서 홈페이지에 올려 놓고, 밖으로 나가서 편의점에서 맥주 한 병 사서 혼자서 자축한 것이... 피식... 뭐랄까.. 그 때 기분은 뿌듯함 반에 궁상스런 외로움 반? 아뭏든 그랬었다.

난, 외로울 때, 생산력이 높아지는 사람인가 보다.

최근에, 책을 쓰기 시작했다. 아직 책 이름도 정하지 않았지만, 디버깅(debugging)에 관한 내용을 주로 다루는 것이다. 이 글을 쓰는 순간 약 46 페이지 가량 작성했다. 아직 갈 길이 멀지만... (적어도 500 페이지 정도는 쓸 생각이니까) 뭐 데드 라인이 있는 것도 아니니까, 또 시간나면 쓰고, 아니면 말고.. 하다가 언젠가는 완성되겠지.

같은 팀 인도 개발자 아킬이 내가 글을 쓰고 있는 것을 보고, 한마디 날렸다. 사실인지는 잘 모르겠지만, Microsoft Hotmail을 처음으로 만든 개발자 두 명이 있는데, 그 중의 한 명이 Hotmail을 개발할 때, 여자 친구랑 헤어지고 얼마 안된 상태에서 만들었다고 말해 줬다. 피식... 걔도 외로웠나 보네...

요새, 별로 상태가 안 좋다. 근처에서는 예상치 못했던 태클이 들어오질 않나... 날 잊은 줄 알았던 사람이 연락을 하고... 쩝. 해결될 기미가 안 보이는 문제, 붙들고 고민하는 건 그만하자. 글이나 써야겠다. 글을 쓰면 담배가 느는데.. 쩝. -_-;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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Posted by cinsk

2008/05/22 23:41 2008/05/22 23:41